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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네장터의 지네蜈蚣

해마다 처녀를 제물로 바치지 않으면 마을에 재앙을 내렸다는 청주 지네장터 설화 속 거대한 지네로, 은혜를 갚으려는 두꺼비와 싸우다 함께 죽었다.

다른 이름: 오공 · 지네장터 지네 · 오공장의 지네

요괴근현대충북 청주전승상 위험도 ●●●●○

정체와 생김새

지네장터의 지네는 충청북도 청주 오창 일대에 전하는 지네장터 설화의 괴물로, 사람을 제물로 요구할 만큼 크게 자란 지네다. 한자로는 지네를 뜻하는 오공(蜈蚣)이라 하며, 이 지네가 살던 곳에 선 장터라 하여 지네장터 또는 오공장이라 불렀다는 지명 유래가 함께 전한다. 오늘날 청주를 대표하는 옛이야기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이야기 속 지네는 붉은 불을 뿜는 큰 지네로, 당집이나 굴속에 살며 마을에 우환을 끼쳤고, 마을은 해마다 처녀를 이 지네에게 제물로 바쳤다고 한다. 곧 이 지네는 벌레라기보다 마을을 지배하는 사나운 신의 자리에 앉아 있는 요괴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이 소개하는 줄거리에서 지네는 붉은 불을, 두꺼비는 파란 불을 뿜으며 싸우다가 둘 다 죽는다. 지네는 실제로 한방에서 약재로 쓰이는 독충이어서, 사람을 해치는 요괴로 상상되기에 알맞은 동물이었다.

전해 오는 이야기

가난한 집의 착한 처녀가 부엌으로 기어든 두꺼비에게 밥을 덜어 먹이며 여러 해를 함께 살았다. 그런데 마을에는 해마다 처녀 한 사람을 뒷산의 지네에게 바쳐야 재앙이 없다는 풍습이 있었고, 마침내 그 처녀의 차례가 되었다. 처녀는 두꺼비에게 마지막 밥을 먹이고 울며 당집으로 끌려갔다.

밤이 깊어 천장에서 거대한 지네가 내려오자, 처녀를 따라온 두꺼비가 앞으로 나서 독기를 뿜었다. 지네와 두꺼비는 밤새 독을 주고받으며 싸웠고, 새벽에 마을 사람들이 가 보니 지네와 두꺼비가 나란히 죽어 있고 처녀만 살아 있었다. 두꺼비는 밥 한 그릇의 은혜를 목숨으로 갚은 것이었다.

이야기의 결말은 지역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지네가 죽은 뒤 마을에 재앙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장이 서서 지네장터가 되었다는 지명 유래담이 붙기도 하고, 두꺼비의 무덤을 만들어 주었다는 이야기가 덧붙기도 한다. 같은 줄거리의 두꺼비 보은 이야기는 전국에 퍼져 있으나, 지네장터라는 이름과 함께 전하는 것은 청주의 특색이다.

문헌 속 기록

지네장터 설화는 조선 시대 문헌보다 20세기 구전 채록으로 확인된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은 보은설화 항목에서 지네장터 이야기를 처녀에게 밥을 얻어먹은 두꺼비가 지네를 물리치고 죽은 동물 보은담의 대표 사례로 든다. 같은 사전의 청원군 항목은 오창의 지네장터 전설을 처녀가 두꺼비를 길러 괴물을 죽이고 살아난 지명 설화로 소개한다.

구비문학 연구자들은 이 이야기를 지네장터형 설화라 부르며, 폭력적인 괴물과 인신 제물, 그리고 그 폭력을 넘어서는 보은의 구조를 분석해 왔다. 두꺼비 보은 설화는 한국구비문학대계에 여러 지역의 채록본이 있다. 경기도 개성 서북쪽의 지네산에도 같은 설화가 전한다.

청주에서는 근래 이 이야기를 오공장이라는 이름으로 지역의 대표 설화 열 편 가운데 하나로 뽑았다. 어린이용 영상과 체험 프로그램으로도 만들어졌다. 옛 장터의 이름이 지금은 지역 이야기의 자산으로 되살아나고 있는 셈이다.

막는 법과 민속

이야기 속에서 지네를 물리친 것은 사람의 무기가 아니라 두꺼비의 독이었다. 그러므로 지네장터 설화가 가르치는 막는 법은 결국 작은 은혜를 베풀어 두라는 것이다.

해마다 처녀를 제물로 바쳤다는 대목이 실제 풍습을 그대로 전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은 이런 인신공희 설화가 사람을 제물로 바치던 악습이 부정되고 사라져 간 흔적을 반영한다고 본다. 마을을 위협하는 재앙을 괴물로 그린 것이다. 그 괴물을 없애는 데 힘없는 처녀와 미물의 정성이 쓰였다는 점에 이 이야기의 뜻이 있다.

비슷한 존재와 구분

지네장터의 지네는 마을에 제물을 요구하는 괴물이라는 점에서 이무기와 닮았다. 이무기가 물과 비를 다스리는 큰 뱀이라면, 지네는 산과 당집에 깃든 독충으로 물과는 관계가 없다. 이무기가 용이 되기를 바라는 존재인 데 비해 지네는 그런 소망 없이 오직 사람을 해치는 쪽으로 그려진다.

지네는 오래 묵으면 사람으로 둔갑한다는 이야기에서 구미호와 견주어지기도 한다. 지네가 여인으로 변해 사람과 살다가 정체가 드러나는 이야기가 따로 전하는데, 지네장터의 지네는 둔갑하지 않고 처음부터 괴물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두꺼비는 이 이야기에서 요괴가 아니라 은혜를 갚는 착한 동물로, 지네와 정반대 자리에 선다.

지금의 모습

지네장터 설화는 은혜 갚은 두꺼비라는 제목의 전래동화로 그림책과 교과서에 널리 실렸다. 어린이들에게 가장 익숙한 옛이야기 가운데 하나가 된 것이다. 이때 지네는 천장에서 내려오는 검붉은 괴물로, 두꺼비는 작지만 용감한 영웅으로 그려지는 것이 보통이다.

게임과 웹툰에서는 거대 지네가 산속 사당이나 폐가의 보스 괴물로 등장하는 경향이 있다. 두꺼비나 두꺼비 독을 약점으로 설정하는 방식으로 옛이야기의 구조를 빌려 오기도 한다. 청주에서는 이 이야기를 지역 문화 콘텐츠로 키우고 있어, 지네장터라는 이름이 다시 사람들의 입에 오르고 있다.

참고한 자료

함께 읽기

이 글은 여러 전승과 옛 기록을 바탕으로 정리한 것으로, 지역과 시대에 따라 이야기가 다를 수 있습니다. 잘못된 내용이나 보탤 전승이 있으면 알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