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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괘 천지비(天地否)

위 ☰ 건(乾) · 하늘 / 아래 ☷ 곤(坤) · 땅

pǐ · 否

하늘과 땅이 사귀지 않아 막힌 때의 괘로, 군자는 덕을 거두어 어려움을 피하고 막힘이 풀릴 때를 기다린다고 말합니다.

아래는 곤(☷, 땅), 위는 건(☰, 하늘)인 괘입니다. 곤의 덕은 순함(順), 건의 덕은 굳셈(健)입니다. 하늘은 위로 가고 땅은 아래로 와서 서로 사귀지 않는 모습입니다. 주희는 비(否)를 닫혀 막힘으로 풀고 태괘(泰)와 정반대인 칠월의 괘라 했습니다. 여섯 효는 막힘 속에서 소인과 대인이 각기 어떻게 처신하는지, 그리고 막힘이 어떻게 풀려 가는지를 보여 줍니다.

괘사(卦辭)

괘 전체에 붙은 글입니다. 변효가 없을 때 읽습니다.

否之匪人,不利君子貞,大往小來。

비는 사람의 도가 아니니 군자가 바르고 굳게 지키기에 이롭지 않다. 큰 것이 가고 작은 것이 온다.

주희는 '비인(匪人)'을 사람의 도가 아님으로 읽었습니다. 태괘(泰)와 정반대이기 때문입니다. 점사는 군자의 바른 도에 이롭지 않다고 합니다. 건이 가서 바깥에 자리하고 곤이 와서 안에 자리하니 큰 것이 가고 작은 것이 옵니다. 괘변으로는 풍산점(風山漸)에서 구가 넷째로 가고 육이 셋째로 왔다고 했습니다. 한편 '之匪人' 세 글자가 비괘(比) 육삼의 '比之匪人'에서 잘못 들어온 군더더기라는 의심도 있습니다. 단전이 이 말을 따로 풀지 않은 것을 보면 그럴 법하다고 주희는 덧붙였습니다.

대상(大象)

『상전(象傳)』이 위아래 두 괘의 상으로 괘 전체를 풀이한 문장입니다.

天地不交,否。君子以儉德辟難,不可榮以祿。

하늘과 땅이 사귀지 않음이 비이니 군자는 이를 본받아 덕을 거두어 어려움을 피하며 녹으로 영화롭게 할 수 없다.

덕을 거두어 밖으로 드러내지 않음으로써 소인들이 일으키는 어려움을 피한다고 주희는 풀었습니다. 그렇게 하면 남들이 녹봉과 지위로 그를 영화롭게 할 수도 없습니다. 막힌 때에는 드러나지 않는 것이 스스로를 지키는 길이 됩니다.

효사(爻辭)

맨 아래 초효부터 맨 위 상효까지 차례로 실었습니다. 효 이름의 구(九)는 양효, 육(六)은 음효를 뜻합니다.

초육(初六)공유받은 결과에서 변한 효

拔茅茹,以其彙,貞吉亨。

띠를 뽑으니 뿌리가 이어져 그 무리와 함께 뽑힌다. 바르고 굳게 지키면 길하고 형통하다.

태괘(泰) 초구와 같은 그림이지만 여기서 이어져 나아가는 것은 아래의 세 음입니다. 막힌 때에 소인이 무리 지어 올라오는 모습입니다. 다만 맨 처음이라 악이 아직 드러나지 않았으니 바르게 지키면 길하고 형통하다고 경계했습니다. 이렇게 할 수 있으면 소인도 군자로 바뀐다고 주희는 봅니다.

육이(六二)공유받은 결과에서 변한 효

包承,小人吉,大人否亨。

감싸 안고 받들어 따르니 소인은 길하고 대인은 막힘을 지켜야 형통하다.

부드러운 음이 가운데에서 바르니 소인이 군자를 감싸 안고 받들어 따르는 모습이며 이는 소인에게 길한 길입니다. 그래서 점친 이가 소인이라면 이와 같이 하여 길하다고 합니다. 대인이라면 막힌 처지를 편안히 지켜야 도가 형통합니다. 상대가 나를 감싸고 받든다고 해서 스스로의 지킴을 잃어서는 안 된다고 주희는 경계합니다.

육삼(六三)공유받은 결과에서 변한 효

包羞。

부끄러움을 품고 있다.

음이 양의 자리에 있으면서 가운데도 아니고 바르지도 않습니다. 착한 이를 해치려는 뜻은 있으나 아직 해내지 못한 소인이니 부끄러움을 품은 모습입니다. 아직 드러나지 않았기에 흉하다거나 허물이 있다는 경계는 붙이지 않았다고 주희는 설명합니다. 속에 품은 뜻이 아직 행동이 되기 전의 자리입니다.

구사(九四)공유받은 결과에서 변한 효

有命无咎,疇離祉。

명이 있으니 허물이 없고 같은 무리가 함께 복을 누린다.

막힘이 중간을 지나 풀려 가려는 때입니다. 구사는 양이 음의 자리에 있어 굳셈을 끝까지 밀어붙이지 않습니다. 명이 있으니 허물이 없고 같은 무리인 위의 세 양이 모두 복을 얻는다고 주희는 풀었습니다. 여기서 명(命)은 하늘의 명입니다.

구오(九五)공유받은 결과에서 변한 효

休否,大人吉。其亡其亡,繫于苞桑。

막힘을 그치게 하니 대인은 길하다. 망할까 망할까 하며 무성한 뽕나무 떨기에 매어 둔다.

굳세고 가운데이며 바른 양이 높은 자리에 있으니 그 시대의 막힘을 그치게 할 힘이 있습니다. 이는 대인의 일이라 대인이 이 효를 만나면 길하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주희는 「계사전」에서 말한 대로 늘 경계하고 두려워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막힘을 그치게 한 자리에서도 '망할까, 망할까' 하며 단단한 뽕나무 떨기에 매어 두듯 조심하라는 당부가 이어집니다.

상구(上九)공유받은 결과에서 변한 효

傾否,先否後喜。

막힘을 뒤엎으니 처음에는 막혔다가 나중에는 기쁘다.

굳센 양이 막힘의 끝에 있어 그 시대의 막힘을 기울여 엎을 수 있는 자리입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막혀 있다가 나중에는 기쁨이 온다고 했습니다. 막힘이 극에 이르면 뒤집힌다는 흐름이 태괘(泰)의 마지막 효와 짝을 이룹니다.

이 괘를 뽑았다면

오늘의 괘에서 이 괘가 나왔다면 변효 수에 따라 읽을 글이 달라집니다. 변효가 없으면 괘사를, 하나면 그 효의 효사를 읽고 여럿이면 주희의 『역학계몽』 규칙을 따릅니다.

오늘의 괘 뽑기 →읽는 법 전체 보기 →

원문: 『원본주역본의(原本周易本義)』 사고전서 문연각본, 한적 리포지토리 KR1a0031 전사본(교정·표점: 까치테스트) · 번역과 풀이: AI(Claude)가 주희 『주역본의』의 주석을 바탕으로 쓰고 원문·주석과 대조해 고쳤습니다. 자세한 출처와 교정 목록은 오늘의 괘 안내에 있습니다.

이 괘에서 바로잡은 글자 — 초육(初六): 拔茅茹以其彙征吉亨 → 拔茅茹以其彙貞吉亨 · 대상: 禄 → 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