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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괘 산풍고(山風蠱)

위 ☶ 간(艮) · 산 / 아래 ☴ 손(巽) · 바람

gǔ · 蠱

오래 묵어 무너진 일을 바로잡는 괘입니다. 무너짐이 극에 이르면 다시 다스릴 때가 오니, 일의 앞뒤를 거듭 살피라고 합니다.

아래는 손(☴, 바람), 위는 간(☶, 산)입니다. 설괘전에서 손은 들어감(入), 간은 그침(止)이니, 아래는 낮추어 따르기만 하고 위는 그대로 멈춰 서로 통하지 않는 모습입니다. 주희는 고(蠱)를 무너짐이 극에 이르러 손볼 일이 생긴 것으로 보았습니다. 무너짐이 극에 달하면 어지러움도 다시 다스려지므로 크게 통한다고 했습니다.

괘사(卦辭)

괘 전체에 붙은 글입니다. 변효가 없을 때 읽습니다.

蠱,元亨,利涉大川。先甲三日,後甲三日。

고는 크게 형통하니 큰 내를 건너는 것이 이롭다. 갑일에 앞서 사흘, 갑일 뒤로 사흘이다.

굳센 간이 위에서 그대로 멈춰 있고 부드러운 손이 아래에서 낮추기만 하니, 위아래가 통하지 않아 일이 썩어 갑니다. 그러나 무너짐이 극에 이르면 어지러움은 다시 다스려지므로 크게 통하고 큰 내를 건너는 것이 이롭다고 했습니다. 주희는 갑(甲)을 날의 시작이자 일의 실마리로 보았고 갑일 사흘 전을 신일(辛日), 사흘 뒤를 정일(丁日)로 셈했습니다. 앞일이 기울 무렵에는 스스로 새롭게 하여 뒷일의 실마리를 엽니다. 뒷일이 막 시작될 때는 정녕(丁寧)한 마음으로 앞일의 잘못을 거울삼아 금세 무너지지 않게 합니다. 이 대목을 그는 성인의 깊은 경계로 읽었습니다.

대상(大象)

『상전(象傳)』이 위아래 두 괘의 상으로 괘 전체를 풀이한 문장입니다.

山下有風,蠱。君子以振民育德。

산 아래에 바람이 있는 것이 고이니, 군자는 이를 본받아 백성을 일깨워 일으키고 덕을 기른다.

산 아래에 바람이 있으니 물건이 상하고 손볼 일이 생긴다고 주희는 보았습니다. 손볼 일 가운데 이 두 가지보다 큰 것은 없다며 백성을 일으키는 일과 덕을 기르는 일을 남을 다스리고 자신을 다스리는 길로 꼽았습니다.

효사(爻辭)

맨 아래 초효부터 맨 위 상효까지 차례로 실었습니다. 효 이름의 구(九)는 양효, 육(六)은 음효를 뜻합니다.

초육(初六)공유받은 결과에서 변한 효

幹父之蠱,有子,考无咎,厲終吉。

아버지의 무너진 일을 바로잡으니, 자식이 있으면 아버지도 허물이 없다. 위태로우나 끝내 길하다.

고괘의 효들은 앞사람이 남긴 무너진 일을 자식이 바로잡는 모습으로 그려집니다. 주희는 간(幹)을 나무줄기, 곧 가지와 잎이 기대어 서는 바탕에 비겼습니다. 초육은 무너짐이 아직 깊지 않아 일을 이루기 쉬우니, 이런 자식이 있으면 아버지도 허물을 면합니다. 그래도 위태로움을 알고 조심해야 끝내 길하다고 했습니다.

구이(九二)공유받은 결과에서 변한 효

幹母之蠱,不可貞。

어머니의 무너진 일을 바로잡으니, 굳고 곧기만 해서는 안 된다.

구이는 굳센 양으로 가운데 있으면서 위의 육오와 응하니, 자식이 어머니의 무너진 일을 바로잡되 중을 얻은 모습입니다. 굳셈으로 부드러움을 받들어 무너진 것을 고치는 일이라, 주희는 곧고 굳게만 밀어붙이지 말고 손(巽)의 덕처럼 부드럽게 스며들어야 한다고 풀었습니다. 옳은 일이라도 상대에 맞는 방식이 따로 있다고 일러 주는 대목입니다.

구삼(九三)공유받은 결과에서 변한 효

幹父之蠱,小有悔,无大咎。

아버지의 무너진 일을 바로잡으니, 조금 뉘우침이 있으나 큰 허물은 없다.

구삼은 양이 양의 자리에 있어 바르지만 가운데를 벗어나 지나치게 굳셉니다. 그래서 일을 바로잡는 과정에서 조금 뉘우칠 일이 생깁니다. 그래도 손괘의 몸에 있고 자리가 바르니 큰 허물에 이르지는 않습니다. 서두른 만큼 작은 후회는 따르지만 방향까지 그르지는 않았습니다.

육사(六四)공유받은 결과에서 변한 효

裕父之蠱,往見吝。

아버지의 무너진 일을 느긋하게 두니, 그대로 가면 부끄러움을 본다.

음이 음의 자리에 있어 부드럽기만 하고 무엇을 해낼 힘이 없습니다. 주희는 무너진 일을 너그럽게 미루어 두는 모습으로 보았습니다. 그렇게 두면 무너짐이 날마다 깊어지니, 그대로 나아가면 부끄러운 일을 만난다고 했습니다. 이렇게 하지 말라는 경계이니, 고칠 것을 알면서 미루는 태도를 겨눈 말입니다.

육오(六五)공유받은 결과에서 변한 효

幹父之蠱,用譽。

아버지의 무너진 일을 바로잡아 기림을 얻는다.

육오는 부드러운 음으로 가운데의 높은 자리에 있고 아래의 구이가 덕으로 받들어 줍니다. 주희의 풀이로는 이렇게 무너진 일을 고치면 좋은 이름이 납니다. 구이에서 자식이 어머니의 일을 부드럽게 바로잡았다면, 육오는 그 구이의 받듦을 얻어 아버지의 일을 바로잡습니다. 혼자 굳세게 밀어붙이지 않고 덕 있는 사람의 도움을 받으니 기림을 얻습니다.

상구(上九)공유받은 결과에서 변한 효

不事王侯,高尚其事。

왕후를 섬기지 않고 자기 일을 고상하게 높인다.

상구는 굳센 양으로 맨 위에 있어 일의 바깥에 선 자리입니다. 다른 효들이 무너진 일을 바로잡느라 애쓰는 동안, 이 효는 벼슬에 나아가 왕후를 섬기는 대신 자기 일을 높이 지킵니다. 주희는 이 상 안에 점과 경계가 모두 들어 있다고만 했을 뿐 길흉은 따로 말하지 않았습니다.

이 괘를 뽑았다면

오늘의 괘에서 이 괘가 나왔다면 변효 수에 따라 읽을 글이 달라집니다. 변효가 없으면 괘사를, 하나면 그 효의 효사를 읽고 여럿이면 주희의 『역학계몽』 규칙을 따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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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원본주역본의(原本周易本義)』 사고전서 문연각본, 한적 리포지토리 KR1a0031 전사본(교정·표점: 까치테스트) · 번역과 풀이: AI(Claude)가 주희 『주역본의』의 주석을 바탕으로 쓰고 원문·주석과 대조해 고쳤습니다. 자세한 출처와 교정 목록은 오늘의 괘 안내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