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땅속으로 들어가 밝음이 다친 때로, 어려움 속에서 바름을 지키며 제 밝음을 감추라고 보는 괘입니다.
밝은 리(☲, 불)가 순한 곤(☷, 땅) 아래로 들어갔으니, 해가 땅속에 잠긴 모습입니다. 주희는 이(夷)를 '상하다'로 풀어 밝음이 다친 때로 이 괘를 보았습니다. 맨 위의 상육이 어둠의 주인이고 육오가 그 곁에 있으니, 어려움을 견디며 바름을 지키고 스스로 밝음을 감추는 것이 이롭다고 했습니다.
괘사(卦辭)
괘 전체에 붙은 글입니다. 변효가 없을 때 읽습니다.
明夷,利艱貞。
명이는 어려움 속에서 바르고 굳게 지킴이 이롭다.
명이(明夷)는 밝음이 상한 때입니다. 해가 땅속으로 들어갔으니 빛이 있어도 드러나지 못합니다. 주희는 맨 위 상육을 어둠의 주인으로, 그 바로 아래 육오를 어둠 가까이에 있는 자리로 보았습니다. 그래서 점친 사람은 어려움을 견디며 바름을 지키고 스스로 밝음을 감추는 것이 이롭다고 했습니다. 감춘다고 해서 밝음을 버리는 것은 아닙니다. 주희는 아래 다섯 효를 모두 군자로, 맨 위의 한 효만을 어두운 임금으로 풀었습니다.
대상(大象)
『상전(象傳)』이 위아래 두 괘의 상으로 괘 전체를 풀이한 문장입니다.
明入地中,明夷。君子以莅衆,用晦而明。
밝음이 땅속으로 들어간 것이 명이니, 군자는 이를 본받아 무리에 임할 때 어둠을 쓰면서도 밝다.
해가 땅속에 든 모습에서 무리를 대하는 법을 끌어낸 문장입니다. 주희는 이 문장에 따로 주를 달지 않았습니다. 괘사 풀이의 '스스로 밝음을 감춘다'와 겹쳐 읽으면, 밝음을 드러내 휘두르지 않고 안에 품은 채 사람들을 대하는 모습이 됩니다.
효사(爻辭)
맨 아래 초효부터 맨 위 상효까지 차례로 실었습니다. 효 이름의 구(九)는 양효, 육(六)은 음효를 뜻합니다.
초구(初九)공유받은 결과에서 변한 효
明夷于飛,垂其翼。君子于行,三日不食。有攸往,主人有言。
밝음이 상하는 때에 날되 날개를 늘어뜨린다. 군자가 길을 떠나 사흘을 먹지 못하니, 갈 곳이 있으면 주인이 탓하는 말을 한다.
날면서도 날개를 늘어뜨린 새는 이미 상처를 입은 모습입니다. 길을 떠난 군자는 사흘을 굶고 가는 곳마다 주인과 뜻이 맞지 않습니다. 주희는 때의 뜻이 원래 그러하여 피할 수 없는 일이라고 여겼습니다. 밝음이 다치는 때의 첫머리에서 먼 길의 고단함을 받아들이는 장면입니다.
육이(六二)공유받은 결과에서 변한 효
明夷,夷于左股,用拯馬壯,吉。
밝음이 상하는 때에 왼쪽 넓적다리를 다치니, 건지는 데 힘센 말을 쓰면 길하다.
왼쪽 넓적다리를 다쳤지만 아직 깊이 상한 것은 아닙니다. 주희는 상처가 깊지 않을 때 서둘러 건지면 화를 면한다고 보았습니다. 힘센 말로 구한다는 상이 거기서 나왔습니다. 늦기 전에 손쓰는 빠르기가 결과를 가릅니다.
구삼(九三)공유받은 결과에서 변한 효
明夷于南狩,得其大首,不可疾貞。
밝음이 상하는 때에 남쪽으로 사냥을 나가 그 큰 우두머리를 잡으니, 서둘러 바로잡으려 해서는 안 된다.
구삼은 굳센 양으로 밝은 아래 괘의 맨 위에 있으면서 지극히 어두운 상육 아래 눌린 채 그와 바로 응합니다. 남쪽, 곧 밝음을 향해 나아가 해악의 우두머리를 잡는 상입니다. 다만 서두르지 말라는 경계가 붙었습니다. 주희는 성탕이 하대(夏臺)에서, 문왕이 유리(羑里)에서 일어난 일이 이 뜻에 맞고 작은 일에도 그런 경우가 있다고 했습니다.
육사(六四)공유받은 결과에서 변한 효
入于左腹,獲明夷之心,于出門庭。
왼쪽 배로 들어가니, 문과 뜰을 나서는 데서 명이의 마음을 얻는다.
주희는 이 효의 뜻이 분명하지 않다고 먼저 밝혔습니다. 조심스러운 짐작으로, 왼쪽 배는 깊숙이 숨은 곳이고 문과 뜰을 나선다는 것은 멀리 떠나는 데서 뜻을 이룬다는 말로 보았습니다. 육사는 부드럽고 바른 음으로 어둠의 땅에 들어섰으나 아직 깊지 않아 멀리 떠날 수 있는 자리입니다. 이 효를 얻은 사람은 그렇게 처신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육오(六五)공유받은 결과에서 변한 효
箕子之明夷,利貞。
기자(箕子)의 밝음이 상한 모습이니, 바르고 굳게 지킴이 이롭다.
지극히 어두운 땅에 있으면서 지극히 어두운 임금 바로 곁에 있는 자리입니다. 그런데도 뜻을 바르게 지키니 주희는 이를 기자의 상이라 하고 바르고 굳게 지킴의 극치로 꼽았습니다. 이롭다는 말은 점친 사람에게 주는 경계입니다. 육오를 안으로 어려움을 겪으며 뜻을 바르게 하고 밝음을 감추는 자리로도 풀었습니다.
상육(上六)공유받은 결과에서 변한 효
不明晦,初登于天,後入于地。
밝지 못하여 어두우니, 처음에는 하늘에 오르나 뒤에는 땅으로 들어간다.
상육은 음이 곤(坤)의 맨 끝에 있어 제 덕을 밝히지 못하고 어둠에 이른 자리입니다. 처음에는 높은 자리에서 남의 밝음을 해치지만 끝내는 스스로를 다쳐 그 명(命)을 잃고 떨어진다고 주희는 풀었습니다. 하늘에 올랐다가 땅으로 들어간다는 말이 그 오르내림을 그대로 그립니다. 점사는 따로 없지만 그 상 안에 담겨 있다고 했습니다.
이 괘를 뽑았다면
오늘의 괘에서 이 괘가 나왔다면 변효 수에 따라 읽을 글이 달라집니다. 변효가 없으면 괘사를, 하나면 그 효의 효사를 읽고 여럿이면 주희의 『역학계몽』 규칙을 따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