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속의 불처럼 서로를 바꾸어 놓는 변혁의 괘입니다. 때가 차서 믿음을 얻고 바르게 고칠 때 뉘우침이 사라진다고 봅니다.
위는 못인 태(兌, ☱), 아래는 불인 리(離, ☲)로, 설괘전은 태를 기쁨(說), 리를 붙음(麗)이라 했습니다. 주희는 불이 타면 물이 마르고 물이 터지면 불이 꺼지듯 두 기운이 서로를 바꾸어 놓으며 막내딸과 가운데딸이 한 괘에 있으나 뜻이 맞지 않는 데서 변혁(革)의 이름을 읽었습니다. 처음에는 믿기 어려운 것이 변혁이니 때가 찬 뒤에 바르게 고쳐야 뉘우침이 사라진다는 것이 이 괘의 줄거리입니다.
괘사(卦辭)
괘 전체에 붙은 글입니다. 변효가 없을 때 읽습니다.
革,已日乃孚,元亨,利貞,悔亡。
혁은 날이 다 지나서야 믿음을 얻는다. 크게 형통하고 바르고 굳게 지킴이 이로우니 뉘우침이 사라진다.
변혁이 막 시작될 때는 사람들이 아직 믿지 않으므로 날이 다 지난 뒤에야 믿음을 얻는다고 주희는 풀었습니다. 안으로는 리의 밝음이 있고 밖으로는 태의 온화한 기쁨이 있으니, 무엇을 고치든 크게 통하고 바름을 얻으며 고친 일마다 마땅하여 뉘우칠 일이 사라진다고 봅니다. 다만 하나라도 바르지 않으면 고친 것이 믿음을 얻지 못하고 통하지도 않아 도리어 뉘우침이 생긴다는 단서가 붙어 있습니다. 바꾸고 싶은 것이 있다면 서두르기 전에 그 바꿈이 바른지부터 돌아볼 만합니다.
대상(大象)
『상전(象傳)』이 위아래 두 괘의 상으로 괘 전체를 풀이한 문장입니다.
澤中有火,革。君子以治歷明時。
못 가운데 불이 있는 것이 혁이니, 군자는 이를 보고 역법을 다스려 때를 밝힌다.
못과 불이 한자리에서 서로를 바꾸는 모습에서 변혁을 읽은 문장입니다. 주희는 네 계절이 바뀌는 것이 변혁 가운데 가장 큰 것이라 했습니다. 그래서 군자는 역법을 바로잡아 계절의 때를 분명히 합니다.
효사(爻辭)
맨 아래 초효부터 맨 위 상효까지 차례로 실었습니다. 효 이름의 구(九)는 양효, 육(六)은 음효를 뜻합니다.
초구(初九)공유받은 결과에서 변한 효
鞏用黃牛之革。
단단히 묶되 누런 소의 가죽을 쓴다.
변혁의 때이지만 맨 아래에 있고 위로 응하는 효도 없어 아직 일을 할 수 없는 자리입니다. 주희는 누런빛은 가운데의 색, 소는 순한 짐승, 가죽은 물건을 단단히 묶는 것이라 풀었고 여기의 革은 괘 이름과 글자만 같고 뜻은 다르다고 했습니다. 굳게 지키되 일을 벌이지 말라는 점사입니다. 주희는 여기서 성인이 변혁에 얼마나 신중했는지를 읽었습니다.
육이(六二)공유받은 결과에서 변한 효
已日乃革之,征吉,无咎。
날이 다 지나서야 고치니, 나아가면 길하고 허물이 없다.
부드럽고 순하며 가운데 바른 자리에 있는 효로, 밝음을 뜻하는 리의 주인입니다. 위로 구오(九五)와 응하니 이제는 고칠 수 있는 때입니다. 그래도 날이 다 지난 뒤에 고쳐야 나아감이 길하고 허물이 없다고 했으니, 주희는 이 구절을 아직 갑자기 바꾸지는 말라는 경계로 읽었습니다.
구삼(九三)공유받은 결과에서 변한 효
征凶,貞厲。革言三就,有孚。
나아가면 흉하고, 바르게 지켜도 위태롭다. 고치자는 말이 세 번 이루어지면 믿음이 있다.
지나치게 굳세고 가운데를 벗어난 데다 리의 맨 위에 있어 변혁에 조급하게 나서는 효입니다. 그래서 나아가면 흉하고 바르게 지켜도 위태롭다는 경계가 붙었습니다. 그러나 때는 고쳐야 할 때이므로, 고치자는 말이 세 번 거듭 이루어진 뒤라면 믿음을 얻어 고칠 수 있다고 주희는 보았습니다.
구사(九四)공유받은 결과에서 변한 효
悔亡,有孚改命,吉。
뉘우침이 사라진다. 믿음이 있고서 명을 고치면 길하다.
양이 음의 자리에 있으니 본래 뉘우칠 일이 있는 효입니다. 그런데 괘가 이미 가운데를 지나 아래의 불과 위의 못물이 맞닿는 곳에 이르렀으니 바로 고칠 때입니다. 굳셈과 부드러움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아 변혁에 쓰기도 알맞으니 뉘우침이 사라집니다. 그래도 믿음이 먼저 있어야 고쳐서 길함을 얻으니, 주희는 덕과 때와 미더움이 함께 갖추어져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구오(九五)공유받은 결과에서 변한 효
大人虎變,未占有孚。
대인이 범처럼 변하니, 점을 치기 전부터 믿음이 있다.
범은 대인의 모습이고 변한다는 것은 범의 털이 성글게 빠졌다가 윤기 나는 새 털로 바뀌는 일입니다. 대인에게 이는 스스로를 새롭게 하고 백성을 새롭게 하는 일이 극에 이른 때, 하늘을 따르고 사람에게 응하는 때입니다. 양강하고 중정한 구오가 변혁의 주인입니다. 다만 주희는 점치기 전부터 사람들이 이미 그렇게 믿고 있어야 이 효에 걸맞다고 덧붙였습니다.
변혁이 이미 이루어진 끝자리입니다. 군자는 표범의 무늬가 바뀌듯 달라지고 소인도 낯빛을 고쳐 따릅니다. 더 나아가면 흉하고 바르게 머물면 길하다고 한 까닭은, 변혁이란 부득이할 때 하는 일이라 지나쳐서는 안 되고 부드러운 상육의 바탕도 더 움직일 만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이룬 뒤에 멈추는 것도 변혁의 일부임을 생각하게 하는 효입니다.
이 괘를 뽑았다면
오늘의 괘에서 이 괘가 나왔다면 변효 수에 따라 읽을 글이 달라집니다. 변효가 없으면 괘사를, 하나면 그 효의 효사를 읽고 여럿이면 주희의 『역학계몽』 규칙을 따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