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위의 나무가 자라듯 차례를 밟아 나아가는 괘입니다. 서두르지 않고 바르게 나아갈 때 좋은 쪽으로 풀린다고 봅니다.
위는 바람이자 나무인 손(巽, ☴), 아래는 산인 간(艮, ☶)으로, 설괘전은 손을 들어감(入), 간을 그침(止)이라 했습니다. 주희는 아래에서 그치고 위에서 순하게 따르니 서둘러 나아가지 않는 뜻이 되고 거기에 여자가 시집가는 모습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둘째부터 다섯째 효까지 모두 바른 자리에 있으니 시집가는 일이 길하되 바르게 지켜야 이롭다는 것이 이 괘의 줄거리입니다.
괘사(卦辭)
괘 전체에 붙은 글입니다. 변효가 없을 때 읽습니다.
漸,女歸吉,利貞。
점은 여자가 시집감이니 길하다. 바르고 굳게 지킴이 이롭다.
점(漸)은 차츰 나아감입니다. 아래의 간은 그치고 위의 손은 순하게 들어가니 급히 나아가지 않는 모양이 됩니다. 주희는 여기서 여자가 시집가는 모습을 읽었습니다. 또 둘째 효부터 다섯째 효까지 음과 양이 저마다 바른 자리에 있으므로 시집가는 일이 길하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바르고 굳게 지켜야 이롭다는 경계를 함께 붙였습니다. 좋은 일일수록 차례를 건너뛰지 않는 편이 이 괘의 뜻에 맞습니다.
대상(大象)
『상전(象傳)』이 위아래 두 괘의 상으로 괘 전체를 풀이한 문장입니다.
山上有木,漸。君子以居賢德善俗。
산 위에 나무가 있는 것이 점이니, 군자는 이를 보고 어진 덕에 머물며 풍속을 좋게 한다.
산 위의 나무는 하루아침에 자라지 않습니다. 주희는 덕에 머무는 일과 풍속을 좋게 하는 일 모두 차츰차츰 나아가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다만 '어진(賢)' 자는 덧붙은 글자이거나 '좋게(善)' 뒤에 빠진 글자가 있는 듯하다고 의심을 남겼습니다.
효사(爻辭)
맨 아래 초효부터 맨 위 상효까지 차례로 실었습니다. 효 이름의 구(九)는 양효, 육(六)은 음효를 뜻합니다.
초육(初六)공유받은 결과에서 변한 효
鴻漸于干,小子厲,有言,无咎。
기러기가 물가로 차츰 나아간다. 어린 사람은 위태로워 구설에 오르지만 허물은 없다.
기러기는 줄을 지어 날며 차례대로 차츰 나아가는 새라고 주희는 설명합니다. 물가(干)는 그 첫걸음입니다. 맨 아래에서 처음 나아가 아직 편히 머물 곳을 얻지 못했고 위로 응하는 효도 없으니, 어린 사람이 위태롭고 구설에 오르는 모습이 되었습니다. 그래도 도리로 따지면 허물이 없다고 주희는 보았습니다.
육이(六二)공유받은 결과에서 변한 효
鴻漸于磐,飲食衎衎,吉。
기러기가 너럭바위로 차츰 나아가니, 먹고 마심이 화락하여 길하다.
반(磐)은 큰 바위입니다. 물에서 조금씩 멀어져 바위에 올랐으니 더 편안해졌습니다. 간간(衎衎)은 화목하고 즐거운 모양입니다. 육이는 부드럽고 순하며 가운데 바른 자리에 있어 차례대로 나아가고 위로 구오와 응하니 길하다고 했습니다. 서두르지 않은 걸음이 편안한 자리로 이어진 장면입니다.
구삼(九三)공유받은 결과에서 변한 효
鴻漸于陸,夫征不復,婦孕不育,凶,利禦寇。
기러기가 뭍으로 차츰 나아간다. 남편은 나아가 돌아오지 못하고 아내는 아이를 배어도 기르지 못하니 흉하다. 도적을 막는 데는 이롭다.
기러기는 물새라 뭍은 편히 머물 곳이 아닙니다. 구삼은 지나치게 굳세고 가운데를 벗어났으며 응하는 짝도 없어 이런 모습이 되었습니다. 남편이 떠나 돌아오지 못하고 아내가 아이를 기르지 못한다는 말로 흉함이 매우 깊다고 했습니다. 그래도 그 지나친 굳셈이 도적을 막는 데는 쓸모가 있다고 주희는 덧붙였습니다.
육사(六四)공유받은 결과에서 변한 효
鴻漸于木,或得其桷,无咎。
기러기가 나무로 차츰 나아가니, 혹 평평한 가지를 얻으면 허물이 없다.
기러기는 본래 나무에 깃들지 않습니다. 각(桷)은 평평한 가지이니, 그런 가지를 얻으면 편히 쉴 수 있습니다. 육사는 굳센 구삼 위에 올라타 있지만 순하게 따르는 손괘의 바탕을 지녔기에 이런 모습이 나왔습니다. 맞지 않는 자리에서도 몸을 둘 만한 곳을 찾으면 허물이 없습니다.
구오(九五)공유받은 결과에서 변한 효
鴻漸于陵,婦三歲不孕,終莫之勝,吉。
기러기가 언덕으로 차츰 나아간다. 아내가 세 해 동안 아이를 배지 못하나 끝내 무엇도 이를 이기지 못하니 길하다.
여기의 언덕(陵)은 높이 솟은 둔덕입니다. 구오는 높은 자리에 있고 바른 짝인 육이가 아래에서 응하지만 그 사이를 구삼과 육사가 가로막고 있습니다. 세 해 동안 아이를 배지 못한다는 말은 그렇게 막혀 있는 사정을 그린 것입니다. 그러나 끝내 그 바름을 빼앗지 못하니 길하다고 주희는 풀었습니다.
상구(上九)공유받은 결과에서 변한 효
鴻漸于陸,其羽可用為儀,吉。
기러기가 구름길로 차츰 나아가니, 그 깃을 의장의 꾸밈으로 쓸 수 있어 길하다.
원문은 뭍(陸)이지만 호씨(胡氏)와 정씨(程氏)는 이를 구름길(逵)로 읽어야 한다고 했고 주희도 운을 맞추어 보니 옳다고 했습니다. 깃(羽儀)은 깃발을 꾸미는 장식입니다. 상구는 가장 높아 사람의 자리 밖으로 벗어났지만 그 깃은 의장의 꾸밈으로 쓰이니, 지극히 높아도 쓸모없지 않은 모습입니다. 높이 오른 뒤에도 쓰임을 잃지 않는 길을 생각하게 합니다.
이 괘를 뽑았다면
오늘의 괘에서 이 괘가 나왔다면 변효 수에 따라 읽을 글이 달라집니다. 변효가 없으면 괘사를, 하나면 그 효의 효사를 읽고 여럿이면 주희의 『역학계몽』 규칙을 따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