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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獨脚鬼 / 魍魎

빗자루나 부지깽이 같은 낡은 물건이 변한 것이라고 전하며, 씨름과 술을 좋아하고 사람에게 부를 주기도 골탕을 먹이기도 하는 한국 고유의 요괴이다.

다른 이름: 돗가비 · 도채비 · 독각귀 · 독갑이 · 허주 · 귓것 · 영감(제주)

요괴고대전국전승상 위험도 ●●○○○
도깨비 일러스트 — 머리띠를 두른 장정 모습의 도깨비와 도깨비방망이를 든 까치
까치 귀신 능력 테스트에 쓴 현대 일러스트입니다. 옛 기록 속 모습을 그대로 옮긴 그림은 아닙니다.

정체와 생김새

도깨비는 사람도 귀신도 아닌 그 중간쯤의 존재로, 한국 민간 전승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요괴이다. 죽은 사람의 넋인 귀신과 달리 도깨비는 빗자루나 부지깽이처럼 사람의 손때가 오래 묻은 물건이 변한 것이라는 이야기가 많다. 그래서 도깨비에게서는 죽음의 냄새보다 살림살이의 냄새가 나며, 사람을 괴롭히기보다 사람과 어울리고 싶어 하는 성격으로 그려진다.

생김새는 이야기마다 다르지만 옛 전승은 형체를 자세히 묘사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키 큰 사내, 패랭이를 쓴 장정, 희끄무레한 아이, 혹은 밤길에 떠다니는 푸른 불꽃으로 나타나며, 소리만 들리고 모습은 보이지 않는 도깨비도 있다. 한자로 독각귀(獨脚鬼)라 적은 데서 알 수 있듯 다리가 하나뿐이라는 전승이 있고, 그래서 씨름을 할 때 그 하나뿐인 다리를 감아 걸면 쉽게 넘어뜨릴 수 있었다는 이야기도 전한다.

이름은 15세기 문헌에 '돗가비'로 처음 적혔고, 지역에 따라 도채비, 독갑이, 허주, 귓것 등으로 불린다. 제주도에서는 도깨비를 '영감'이라 부르며, 무속 신화 영감본풀이에서는 서울 허정승의 일곱째 아들로 설정되어 신으로 모셔진다. 오늘날 익숙한 뿔 달린 붉은 얼굴은 뒤에 덧붙은 모습이며, 본래 도깨비에게 뿔과 방망이는 필수 조건이 아니었다.

전해 오는 이야기

가장 유명한 이야기는 도깨비방망이다. 착한 나무꾼이 산에서 주운 개암을 깨물자 그 소리에 놀란 도깨비들이 달아나며 두고 간 방망이를 얻어 부자가 되고, 이를 흉내 낸 욕심쟁이는 도깨비에게 붙잡혀 혼쭐이 난다는 줄거리다. 도깨비감투 이야기에서는 쓰면 몸이 보이지 않는 감투를 얻은 사람이 남의 물건을 훔치다가 감투에 불똥이 튀어 구멍이 나는 바람에 들통이 난다.

도깨비 씨름 이야기도 전국에 퍼져 있다. 밤길을 가던 사람이 장승처럼 큰 사내와 밤새 씨름을 하다 겨우 나무에 묶어 두고 날이 밝아 가 보니 낡은 빗자루나 부지깽이만 남아 있더라는 것이다. 도깨비에게 돈을 빌려주었더니 갚은 사실을 잊고 날마다 갚으러 와서 부자가 되었다는 이야기, 도깨비와 함께 살던 여인이 도깨비가 무서워하는 것을 알아내어 쫓아 버렸다는 이야기도 흔하다.

마을 전설 속 도깨비는 좀 더 신령스럽다. 경상북도 상주의 도깨비보는 도깨비들이 쌓아 큰비에도 무너지지 않는다는 보이고, 청송의 도깨비다리는 떠내려가도 도깨비들이 밤사이 제자리에 돌려놓는다고 전한다. 전라북도 순창 탑리처럼 마을 사방에 제물을 차려 놓고 도깨비에게 짧게 축원하는 마을 제사도 있었다.

문헌 속 기록

가장 오래된 기록은 고려 후기에 엮인 『삼국유사』의 도화녀·비형랑 이야기다. 신라 진지왕의 혼과 도화녀 사이에서 태어난 비형랑은 밤마다 귀신 무리를 거느리고 놀았고, 진평왕의 명을 받아 귀신들을 시켜 하룻밤에 다리를 놓았는데 사람들은 이를 귀교(鬼橋)라 불렀다. 그가 천거한 길달은 절의 문루를 짓고 여우로 변해 달아나다 죽임을 당했다. 이 이야기 속 귀신 무리를 흔히 도깨비의 원형으로 본다.

'도깨비'라는 우리말은 1447년의 『석보상절』에 '돗가비'로 처음 등장한다. 불경의 망량(魍魎)을 옮기는 자리에 이 말을 썼으니, 이미 15세기에 도깨비는 복을 빌고 목숨을 구하는 대상으로도 여겨졌음을 알 수 있다. 조선 시대 문인들의 잡록과 야담집에도 밤길의 귀화(鬼火)나 사람을 홀리는 이매망량 이야기가 여럿 실려 있으나, 오늘날의 도깨비담은 대부분 20세기에 채록된 구전에서 나온 것이다.

그림으로는 19세기 화가 허련이 그린 「채씨효행도」 속 도깨비가 이른 예로 꼽힌다. 여기서 도깨비는 사람보다 작은 희끄무레한 아이의 모습으로 횃불을 들고 있어, 뿔 달린 거인과는 거리가 멀다.

聖帝魂生子 鼻荊郞室亭 飛馳諸鬼衆 此處莫留停

성스러운 임금의 혼이 낳은 아들, 비형랑의 집이 여기다. 날뛰는 귀신 무리야, 이곳에 머물지 마라.

『삼국유사』 권1 기이 「도화녀 비형랑」, 일연, 13세기

돗가비 請ᄒᆞ야 福ᄋᆞᆯ 비러 목숨 길오져 ᄒᆞ다가

도깨비를 청하여 복을 빌고 목숨을 길게 하려 하다가

『석보상절』 권9, 1447년

막는 법과 민속

도깨비를 떼어 내는 이야기는 대개 도깨비가 무엇을 무서워하는지 알아내는 데서 풀린다. 밤마다 찾아와 돈을 갖다주던 도깨비에게 여인이 무엇이 가장 무서우냐고 묻자, 도깨비는 순진하게 제가 정말 무서워하는 것을 털어놓고 여인은 돈이 제일 무섭다고 둘러대어, 돈은 챙기고 도깨비는 쫓아 버렸다는 이야기가 대표적이다. 도깨비는 좋아하는 물건이나 사람에게 집착하는 만큼, 그가 싫어하는 것을 알아내면 쉽게 떼어 낼 수 있다는 것이 여러 이야기의 공통된 가르침이다.

씨름을 걸어오면 하나뿐인 다리를 감아 넘어뜨리고, 넘어진 도깨비는 나무나 기둥에 단단히 묶어 두었다가 날이 밝은 뒤 정체를 확인한다.

반대로 도깨비를 잘 대접하면 복을 준다고 믿어, 서해안과 남해안의 어촌에서는 어민들이 저마다 도깨비고사를 올려 풍어를 빌었고, 제주에서는 도깨비를 영감이라 부르며 돼지고기와 수수범벅, 소주처럼 영감이 좋아한다는 음식을 차려 대접했다.

비슷한 존재와 구분

도깨비는 죽은 이의 넋인 귀신과 다르다. 귀신은 원한이나 미련 때문에 사람 앞에 나타나지만 도깨비는 물건에서 생겨나 심심풀이로 사람과 어울린다. 어둠 그 자체가 뭉쳐 나타나는 어둑시니나 그슨대는 도깨비의 한 갈래처럼 소개되기도 하나, 생김새와 행동 방식이 전혀 다르다.

두억시니는 이름이 비슷하지만 사람을 해치는 사나운 귀신이고, 구미호는 여우가 도를 닦아 변한 존재다. 일본의 오니는 뿔과 쇠방망이를 가진 지옥의 귀신으로, 교과서 삽화 속 도깨비가 오니와 닮게 된 것은 일제강점기 교과서의 영향으로 설명된다.

지금의 모습

20세기 후반 이후 도깨비는 무서운 요괴라기보다 친근한 옛이야기 주인공으로 자리 잡았다. 그림책과 애니메이션에서는 뿔 달린 익살스러운 모습이 많았으나, 2000년대 들어 '우리 도깨비는 뿔이 없다'는 논의가 퍼지면서 패랭이를 쓴 장정이나 푸른 불꽃으로 그리려는 시도가 늘었다.

드라마와 웹툰에서는 도깨비가 수백 년을 사는 잘생긴 불사의 존재로 재해석되어, 인간과 사랑에 빠지거나 저승사자와 한집에 사는 설정이 인기를 끌었다. 공포 게임에서는 물건에 깃드는 성질과 씨름을 좋아하는 성격을 규칙으로 바꾸어 활용하는 경향이 있다.

참고한 자료

함께 읽기

이 글은 여러 전승과 옛 기록을 바탕으로 정리한 것으로, 지역과 시대에 따라 이야기가 다를 수 있습니다. 잘못된 내용이나 보탤 전승이 있으면 알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