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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광귀夜光鬼

설날 밤 인가에 내려와 아이들의 신발을 신어 보고 발에 맞으면 신고 가 버린다는 귀신으로, 체를 걸어 두면 구멍을 세다가 새벽닭 소리에 달아난다.

다른 이름: 앙괭이 · 양괭이 · 야광이 · 야광신 · 신발귀신

귀신조선전국전승상 위험도 ●●○○○
야광귀 일러스트 — 체가 걸린 문간에 나타난 야광귀와 까치
까치 귀신 능력 테스트에 쓴 현대 일러스트입니다. 옛 기록 속 모습을 그대로 옮긴 그림은 아닙니다.

정체와 생김새

야광귀는 설날 밤에 인가에 내려와 신발을 훔쳐 간다는 귀신이다. 한자로 야광귀(夜光鬼)라 쓰고 민간에서는 야광이, 앙괭이, 양괭이라 불렀다. 야광귀가 신어 보고 발에 맞아 가져간 신발의 주인은 그해 운수가 나쁘다고 하여, 아이들은 설날 밤이면 신발을 감추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옛 기록은 야광귀의 생김새를 말하지 않는다. 18세기 말 유득공은 『경도잡지』에서 야광이 약왕(藥王)의 음이 와전된 것이라고 보았는데, 약왕의 상이 흉하게 생겨 아이들을 겁주기에 알맞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근래에는 온몸이 검고 정수리에 작은 불을 이고 있다거나 키가 작고 얼굴이 비뚤어졌다는 묘사가 덧붙었으나, 이는 뒤에 만들어진 상상이다.

야광귀의 가장 큰 약점은 셈에 약하다는 점이다. 구멍이 촘촘한 체를 보면 그 구멍을 세지 않고는 못 배기고, 세다가 틀리면 처음부터 다시 세느라 신발 훔치는 일을 잊는다. 그러다 새벽닭이 울면 급히 돌아간다고 한다.

전해 오는 이야기

설날 밤이면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신발을 방 안에 들여놓으라 이르고, 마루 벽이나 대문 위, 마당의 장대에 체를 걸었다. 야광귀가 와서 체를 보고 구멍을 세다가 밤을 새우고 돌아가면 신발은 무사하고 한 해도 편안하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신발을 감추고 불을 끈 채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야광귀는 어른들이 아이를 일찍 재우려고 만든 이야기라는 해석이 일찍부터 있었다. 18세기의 유득공은 이 풍속을 기록하면서 아이들을 겁주어 재우기 위한 우스개로 보았고, 실제로 야광귀 이야기는 설빔과 세배로 들뜬 아이들을 달래는 데 쓰였다.

지방에 따라 야광귀 쫓는 방식에 차이가 있어, 해가 지면 딱총을 놓아 소리로 귀신을 쫓기도 하고 정월 대보름 무렵에 같은 풍속을 행하기도 했다. 경기도 성남, 광주, 군포, 김포, 구리, 남양주 등지에도 신발을 가져가는 야광귀 이야기가 전해 온다.

문헌 속 기록

야광귀는 18세기 말 유득공의 『경도잡지』 원일 조에 처음 보인다. 밤에 사람의 집에 들어와 신 훔치기를 좋아하는 야광이라는 귀신이 있어, 마루 벽에 체를 걸어 두면 구멍을 세다가 다 못 세고 닭이 울면 달아난다는 내용이다.

1849년 홍석모가 지은 『동국세시기』 정월 원일 조에도 거의 같은 내용이 실려 있다. 야광이라는 귀신이 이날 밤 인가에 내려와 아이들의 신을 두루 신어 보고 발에 맞으면 신고 가 버리며 그러면 신 주인에게 불길하다고 한 뒤, 체를 마루 벽이나 뜰에 걸어 두는 까닭을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야광이 어떤 귀신인지 모르겠다며 약왕의 음이 변한 것이 아닌가 덧붙였다.

20세기의 민속학자 최상수는 이 풍속을 조사하여 「야광이 쫓기 고」를 발표했고, 체의 많은 구멍이 귀신을 두렵게 하는 많은 눈의 구실을 한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장례 때 눈이 넷 달린 방상씨 가면을 앞세우는 것과 같은 이치라는 것이다.

鬼名夜光 是夜降于人家 徧穿兒鞋 足樣合則輒穿去

야광이라는 이름의 귀신이 이날 밤 인가에 내려와 아이들의 신을 두루 신어 보고, 발에 맞으면 곧 신고 가 버린다.

『동국세시기』 정월 원일 조, 홍석모, 1849년

懸篩於廳壁 或階庭間 謂以夜光神數篩孔不盡

체를 마루 벽이나 섬돌과 뜰 사이에 걸어 두면, 야광신이 체 구멍을 세다가 다 세지 못한다고 한다.

『동국세시기』 정월 원일 조, 홍석모, 1849년

막는 법과 민속

야광귀를 막는 법은 세 가지다. 첫째, 신발을 방 안에 들여놓거나 감춘다. 둘째, 불을 끄고 일찍 잔다. 셋째, 체를 마루 벽이나 대문에 걸어 둔다. 이 세 가지를 갖추면 야광귀는 신발을 찾지 못하고, 찾더라도 체 구멍을 세느라 날이 새 버린다.

체는 곡식을 치는 흔한 살림살이지만 촘촘한 구멍이 눈처럼 보여 귀신을 쫓는 힘이 있다고 여겨졌다. 야광귀 풍속은 설날 밤 집 안의 불을 끄고 조용히 새해를 맞는 관습, 신발을 소중히 다루는 마음과 어우러진 세시 풍속이었다.

신발은 한 사람의 발에 꼭 맞는 물건이어서 예부터 그 사람의 몸과 운수를 대신하는 것으로 여겨졌다. 야광귀가 하필 신발을 노린다는 설정에는, 새해 첫날 밤에 제 몸의 일부와 같은 신발을 잃으면 한 해의 복도 함께 빠져나간다는 생각이 담겨 있다.

비슷한 존재와 구분

야광귀는 도깨비처럼 물건에서 생겨나거나 사람과 어울리는 존재가 아니라, 특정한 날 밤에만 찾아오는 세시 귀신이다. 신발을 훔치는 것 말고는 사람을 해치지 않으며, 셈에 약하고 새벽닭을 무서워하는 점에서 무섭기보다 어수룩한 성격이다. 구멍을 세느라 정신을 빼앗기는 모습은 수수께끼에 약한 도깨비와 통하는 데가 있어, 옛사람들이 귀신을 힘이 아니라 꾀로 이길 수 있다고 여겼음을 보여 준다.

정월에 액을 막는 다른 풍속과도 견주어 볼 수 있다. 액막이 연을 날려 보내거나 문에 닭과 호랑이 그림을 붙이는 것이 한 해의 액운을 두루 쫓는 일이라면, 체 걸기는 야광귀라는 구체적인 귀신을 겨냥한다는 점이 특별하다. 저승사자나 객귀처럼 목숨을 앗아 가는 귀신과는 무게가 전혀 다르다.

지금의 모습

오늘날 체를 거는 풍속은 거의 사라졌지만, 야광귀는 설날 이야기를 다룬 그림책과 박물관의 세시풍속 전시에서 꾸준히 소개된다. 어린이용 이야기에서는 신발을 훔치려다 체 구멍을 세느라 밤을 새우는 우스꽝스러운 귀신으로 그려져, 무섭기보다 정겨운 존재로 자리 잡았다.

근래의 만화와 게임에서는 야광귀에 검은 몸과 머리 위의 불빛 같은 새로운 모습을 붙이고, 신발을 잃으면 불운이 따른다는 규칙을 공포 장치로 활용하는 경향이 있다. 소설에서는 형제 귀신으로 살을 붙여 새 이야기를 만든 예도 있다.

참고한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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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여러 전승과 옛 기록을 바탕으로 정리한 것으로, 지역과 시대에 따라 이야기가 다를 수 있습니다. 잘못된 내용이나 보탤 전승이 있으면 알려주세요.